건설경기, 외환위기 이후 최악…1분기 실적 21.2% 감소

공공·민간 가릴 것 없이 전반적 부진…“추경 통한 하반기 대응 필요”

최대식 기자

daesikc@k-buildnews.com | 2025-06-19 10:35:42

 

[한국건설경제뉴스=최대식 기자] 국내 건설경기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 올해 1분기 건설공사 실적이 전년보다 7조 원 이상 감소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민간 건축뿐 아니라 공공 토목까지 위축되며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기성은 건설공사의 진행 정도를 금액으로 나타낸 지표로, 업계에서는 해당 수치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을 ‘건설경기 악화의 직격 신호’로 본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박선구 실장은 19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건설지표 분석’에서 1분기 건설기성이 26조8659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조2172억 원(–21.2%)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외환위기 시기인 1998년 3분기(–24.2%)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특히 일반적으로 변동이 크지 않은 건설기성이 두 자릿수 이상 줄어든 것은 건설경기 침체가 매우 구조적이고 전방위적임을 시사한다는 지적이다.

박 실장은 “정부의 공공 투자 확대가 민간 위축을 상쇄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부문에서 동반 하락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건설경기 회복 여부를 판단하는 선행지표들도 일제히 하락세다. 1~4월 기준 건축허가는 전년 대비 –21.4%, 건축착공 –22.5%, 건설수주 –4.3% 각각 하락했다. 해당 수치들은 올 상반기 건설경기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을 반영한다. 

 

한국은행은 5월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상반기 건설투자 감소율을 –11.3%로 제시했고, 연간 기준으로도 –6.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13.2%) 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제공

건설기성 하락은 건설기업의 실적 부진뿐 아니라 직접적인 고용 감소로 이어진다. 특히 건설업은 단기직·현장 중심 인력 비중이 높아 경기 침체에 따른 타격이 빠르게 나타난다.

건설업계는 정부의 추경을 통한 공공 투자 확대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 실장은 “수도권 중심의 대형 물량이 아니라, 지방 중소건설업체가 참여 가능한 형태로 건설시장 양극화를 완화하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건설경기 회복이 빠르게 이뤄지기보다는 완만한 U자형 또는 L자형 회복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수요 위축, 자재비 증가, 규제 강화 등 복합적 요인이 겹쳐 회복의 속도와 체감이 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 당국은 건설경기를 단순한 산업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일자리, 내수, 지역 균형발전 등과 연결된 다층적 정책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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