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한푼도 안쓰고 14년 모아야 서울에 집산다

국토부 '2021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 발표
수도권 PIR은 전년 8.0배에서 10.1배로 증가

이보미 기자

lbm929@hanmail.net | 2022-12-21 13:04:00

▲사진=셔터스톡 

 

작년 기준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월급을 단 한푼도 쓰지 않고 14년간 모아야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저금리 기조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모아야 하는 기간이 전년보다 2년가량 늘어난 것이다. 수도권을 기준으로도 집을 사려면 10년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21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1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8월 집값 하락이 본격화 하기 전인 올해 1월까지 국토연구원에 의뢰해 전국 5만1000가구를 대상으로 개별 면접 조사를 통해 얻은 결과다.

 

지난해 자가가구의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PIR·Price Income Ratio)는 전국 중위수 기준 6.7배로, 전년(5.5배)보다 높아졌다. 수도권이 10.1배, 광역시 등은 7.1배, 도지역은 4.2배로 모든 지역에서 PIR이 전년 대비 상승했다.

 

PIR은 월급을 쓰지 않고 꼬박 모아 집을 장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뜻한다. 수도권을 기준으로 PIR이 8.0배에서 10.1배로 늘었다는 것은 월급을 다른 곳에 쓰지 않고 모아서 내 집을 마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8년에서 10.1년으로 길어졌다는 의미다.

 

수도권 PIR은 2008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넘게 6.7∼6.9배 수준에 머물렀으나 집값이 급등한 2020년 8.0배로 뛰었고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런 PIR은 역대를 기준으로도 최대치로, 1년 만에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특히 서울의 PIR은 2020년 12.5배에서 14.1배로 뛰었다. 데이터의 중간값인 중위수 기준이 아닌 평균으로 따져보면 작년 서울 PIR은 15.4배까지 높아진다. PIR이 서울 다음으로 높은 지역은 세종(10.8배)과 경기(9.9배)였다.

 

반면 입차가구의 월 소득 대비 월 임대료 비중(RIR·Rent Income Ratio)은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기준 RIR은 15.7%(중위수 기준)로 전년(16.6%)보다 감소했고, 수도권 역시 18.6%에서 17.8%로 줄었다. 

 

다만, 서울의 RIR은 2020년 21.3%에서 지난해 21.6%로 증가했다. 월 소득 중 21.6%를 임대료로 쓴다는 뜻이다.

 

지난해 전국의 주택 자가보유율은 전년과 같은 60.6%로 집계됐다. 전국의 자가보유율은 2019년 61.2%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20~2021년 2년 연속 60.6%로 하락했다. 자가보유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자가점유율' 역시 57.3%로 전년(57.9%) 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

 

▲주택 자가보유율 추이. 그래픽=국토부 제공

 

생애 첫 내 집 마련까지 걸리는 기간은 7.7년으로 2020년과 같았다. 2010년 8.5년을 기록한 뒤 2014년부터 6.9∼7.1년 사이를 오갔지만 2020년 들어 큰 폭으로 기간이 늘어난 것이다. 

 

'내 집을 가져야 한다'는 주택보유의식은 88.9%로 2020년(87.7%)에 비해 1.2%포인트 증가했다. 청년가구는 81.4%로 전년(78.5%)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신혼부부 가구는 90.7%로 2020년(89.7%)보다 소폭 증가했다.

 

특히 청년가구의 경우 주택보유의식이 2020년 대비 가장 큰폭(2.9%p)으로 늘고 높은 수준인 반면, 자가 보유율은 13.8%ㄹ로 낮아 내집 마련 지원 필요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토부 측은 부연했다.

 

그래도 주거복지 수준이 높아지면서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는 줄어드는 추세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는 2014년 이후 5%대를 유지해 오다 2020년 4.6%, 지난해는 4.5%로 감소했다. 1인당 주거면적은 33.9㎡로 전년과 같은 수준이었다.

 

만 65세 이상 고령가구는 75.7%가 자가에 거주했으며, 아파트 거주비율(44.0%)이 가장 높았다. 단독주택(43.4%), 다세대주택(7.1%)이 뒤를 이었다. 고령 가구 중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은 2.8%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1인당 주거면적 역시 45.3㎡로 일반가구 보다 높았다.

 

전체 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7.5년으로 전년 7.6년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점유형태별로는 자가 가구는 10.5년, 임차 가구는 3.0년을 거주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주택 거주기간이 2년 이내인 가구는 전체 가구 중 37.2%였다. 자가 가구 중 거주 기간이 2년 이내인 가구는 19.6%, 임차 가구는 61.4%였다.

 

청년 가구의 81.6%는 임차로 거주하고 있으며, 청년 임차 가구의 전국 RIR은 16.8%였다. 신혼부부 가구의 43.9%는 자가에 거주하고 있으며, 신혼가구 대부분은 아파트(72.5%)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설경제뉴스 / 이보미 기자 news@k-buil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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