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율 90% 이상 주택, 보증보험 가입불가…정부 전세사기 대책발표
보증제도 악용방지 취지…HUG·HF·SGI 상품에 모두적용
등록임대사업자 보증보험 의무가입·전세사기 처벌 강화
전세사기 가담 중개사·감정평가사 1회 처벌시 자격취소
이보미 기자
lbm929@hanmail.net | 2023-02-02 13:33:52
앞으로는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90%가 넘어가면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게 된다. 일명 '갭투자'로 주택을 계속해서 사들인 뒤 보증금을 떼먹는 '빌라왕'들의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서다.
국토교통부는 2일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이런 내용을 담은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발표한 '전세사기피해 방지방안'의 후속조치 가운데 하나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올해 5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보증보험 가입 대상을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 100%에서 90%로 낮추는 것이다. 기존에는 전세가율이 높아도, 보증보험에 가입되니 안전하다며 세입자를 세임자를 안심시키고 보증금을 빼돌리는 경우가 잇따랐다.
실제 주택 1139채를 보유하다 사망한 '빌라왕' 김모 씨 소유 주택들의 전세가율은 평균 98%였다. 전세가율을 90%로 낮춘다면 3억원짜리 집에 3억원 전세를 들이는 '동시진행' 수법으로 빌라 수천채를 매집하는 전세사기꾼이 활개치기 어렵게 된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는 전세가율을 90%로 조정하는 방안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뿐 아니라 HF(주택금융공사), SGI(서울보증보험) 상품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건전한 전세계약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증이 공급되도록, 서민임차인 보증료 할인을 기존 50%에서 60%로 확대하고 자본금 출자·보증배수 상향 등 보증기반 확충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미 계약을 체결한 임차인 보호를 위해서는 유예기간(통상 계약체결~잔금납부 2~3개월 소요)을 부여해 기존 보증갱신 대상자에 대해서는 2024년 1월부터 적용·시행하기로 했다.
보증보험 가입 심사 때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가 없는 경우에만 감정평가 가격을 적용하기로 했다. 전세가율 산정 때 감정가를 가장 먼저 적용한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감정평가사들이 임대인과 짜고 시세를 부풀렸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또 협회에서 추천한 법인의 감정가만 인정해 임대인과 감정평가사의 사전 모의를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전세사기 의심사례 전수조사를 통해 사기에 가담한 경우 추천 대상에서 제외된다.
등록임대사업자의 의무 임대보증 관리도 강화된다. 등록임대사업자가 임대보증 의무가입 제도를 악용해 우선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없다고 임차인을 안심시킨 뒤, 실제로는 깡통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보증에는 미가입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임차인 거주 주택은 보증을 가입해야만 등록을 허용하고 공실은 등록후 가입을 허용하되, 미가입 시 임차인에게 통보해 계약을 해지하고 위약금을 지급하도록 한다. 또 보증 미가입으로 등록이 말소된 임대사업자는 임대주택 추가 등록을 제한할 계획이다.
아울러, 보증 제도의 무자본 갭투자 수단 악용을 차단하기 위해, 전세가율 요건 조정 등 세부적인 개선 방안을 보증가입 의무화가 전면 시행되기 이전인 오는 7월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또, 공인중개사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해 전세사기 방지에 핵심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앞으로 중개사들은 임대인의 세금, 이자 체납 등 신용정보와 주택의 선순위 권리관계, 전입세대 열람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전세사기 방지 특약, 등기부에 포함되지 않는 확정일자 부여 현황 등 계약 시 유의사항을 중개사가 확인하고, 전세가율·전세보증 상품 등에 대해서도 임차인에게 의무 안내토록 할 계획이다.
중개사가 임대인의 납세증명서,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여부, 전세가율 등을 확인하고 임차인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임차인이 위험 중개사를 선별하도록 중개사 영업이력 공개를 확대하는 한편, 사기의심 사례 조사와 경찰청 수사정보 제공 등을 위해 보증사고 계약을 중개한 중개사 정보도 데이터 베이스(DB)로 관리할 예정이다.
일부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가 조직적인 전세 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이들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현재 공인중개사는 직무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만 자격이 취소된다. 앞으로는 집행유예를 받아도 취소되도록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한다.
일부 중개보조원들이 전세 사기에 적극 가담한 사례도 드러난 만큼, 지금까지는 제한없이 채용하던 중개보조원 수를 중개사 1인당 최대 3인까지만 두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감정평가사는 지금은 집행유예를 포함한 금고형을 2회 받아야 자격이 취소되지만, 법을 고쳐 금고형을 1회만 받아도 자격이 취소되도록 오는 6월 감평사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사기는 청년과 신혼부부 같은 사회초년생이 대응하기 어려운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범죄”라며 "이번 대책을 통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노리는 악질 사기가 뿌리 뽑힐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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