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불법행위에 형법 적용…즉시 처벌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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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현장 불법점거 사례. 사진=국토부 제공 |
앞으로 건설기계 조종사가 월례비를 요구하면 형사 처벌은 물론 기사 자격도 정지된다. 정부는 건설현장에서 일어나는 불법·위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건설산업 선진화를 이루고, 만연한 부정행위를 뿌리뽑겠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21일 국무회의에서 법무부·고용노동부·경찰청 등 관계부처가 함께 마련한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건설현장에서 일어나는 불법·부당행위에 대한 점검·단속 강화와 차단·방지 방안뿐만 아니라 불법하도급과 임금 체불 등 건설사업자 측의 불법행위로부터 건설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도 포함됐다.
우선 정부는 건설현장 불법행위에 대해 형법을 적용해 즉시 처벌하기로 했다. 채용강요, 협박 등을 통한 노조 전임비와 월례비를 받으면 형법상 강요ㆍ협박ㆍ공갈죄가 적용된다. 강요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협박은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공갈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기계장비로 공사현장을 점거하는 경우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적용하고, 위법한 쟁의 행위는 노동조합법을 적용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즉시 처벌한다.
월례비를 주지 않는 경우 발생하는 이른바 '준법투쟁(태업)'의 경우, 관련 안전규정이 산업 재해의 예방이라는 취지에 맞게 합리적으로 운영되도록 정비하기로 했다. 개선방안은 국토부와 고용부 검토를 거쳐 관계기관 TF를 통해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워크레인 월례비를 부당금품으로 명시하고, 월례비를 받는 기사에게 면허 정지·취소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건설기계 운전자가 부당하게 금품을 수수할 경우 '국가기술자격법'상 성실ㆍ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적용해 면허를 정지하는 방안을 시행한다.
현재 국가기술자격법상 면허정지는 최대 1년까지 가능하며, 대책 시행 이후 정지기간을 단계적으로 상향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월례비는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급여 외에 별도로 지급하는 돈이다. 조종사는 타워크레인 임대업체와 고용 계약을 맺어 이에 따른 월급을 받고, 시공사로부터 월 500만∼1천만원의 월례비를 관행적으로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토부가 자체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 건설현장 불법행위 2070건 가운데 타워크레인 월례비 지급이 58.7%(1215건)를 차지했으며, 이 조사에서 타워크레인 기사 438명이 월례비 234억원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1인당 평균 5300만원의 월례비를 받은 것이다. 이 중 가장 많은 월례비를 받은 사람은 2억1700만원에 달했다. 상위 20%는 평균 9500만원을 수취했고, 상위 40%는 5900만원을 월례비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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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태업 사례. 사진=국토부 제공 |
경찰청은 건설현장의 조직적 불법행위에 대해 고강도 단속과 수사를 계속해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7일 기준 총 400건(1648명)을 수사해 63명을 송치(구속 20명)했고, 현재 1535명에 대해 수사 중에 있다.
고용부는 오는 3월부터 4월까지 건설현장 노사관계 불법행위와 채용강요에 대한 집중 지도·점검을 진행하는 한편, 직권조사도 강화하여 불법행위에 대해 엄중 대응할 계획이다.
정부는 국토관리청, 시·도경찰청, 지방고용노동청 등 각 부처의 지청·지소가 협업해 기관 간의 정보를 공유하고, 불법행위 신고 현장에 대한 점검뿐 아니라 관내의 주요 현장에 대한 상시 점검도 실시할 계획이다. 또, 민·관 합동으로 현장관계자를 대상으로 불법행위 대응 요령 교육을 실시하고, 정기적인 면담을 통해 불법행위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 할 예정이다.
공공기관은 조직 내 전담팀을 설치, 민·형사상 조치 등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과 부당이익 환수 등 선례를 마련하고, 조치 결과를 업계에 전파하기로 했다. 특히 지난 1월 19일 가장 먼저 건설 노조를 대상으로 한 형사 고소에 나섰던 LH의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도 2월 중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등 유관 협회도 협회 내에 익명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손해배상소송에 대한 법률자문을 하는 등 불법행위 피해를 입은 회원사를 적극 지원한다.
건설 노조의 보복을 우려해 신고에 소극적인 회원사의 경우에는 협회가 회원사를 대신하여 고발 대행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지난 14일 기준 전문건설협회는 43건의 회원사 건설현장 불법행위 의심사례를 대신 수사의뢰했다.
이번 대책에는 원도급사와 감리자 등에게 불법행위 예방·근절을 위한 관리책임을 부여하는 방안 또한 포함됐다.
원도급사가 소관 현장 내 하도급사의 피해에 대해 직접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할 경우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원도급사와 감리자에게 불법행위 신고 의무를 부여한다. 특히 타워 크레인 등 원도급사가 직접 계약하는 건설기계는 표준시방서 등을 통해 원도급사에게 엄격한 관리책임을 줄 계획이다.
이뿐만 아니라 여전히 현장에 만연한 불법하도급으로부터 건설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도 실시한다.
먼저, 공정건설지원센터에 접수된 신고에 대한 신고 포상금제 실시로 신고를 독려하고, 불법하도급 의심 현장(건설산업정보원 조기경보 알람건 등)에 대한 상시 현장 조사를 벌인다.또, 불법하도급 조기경보 알람 시스템 상의 선별 기준·요건 등을 개선해 적발률과 행정처분률을 제고하는 등 단속 체계 고도화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공사대금 연체로 인한 임금 체불로 건설근로자의 생계가 위협받는 일을 막기 위해 조달청의 대금지급 시스템도 개선한다.
노무비 등 지급이 지연되면 지급기일의 도래 이전에 대금지급 담당자에게 자동 통보해 기한 내에 지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하고 전자카드제와 대금지급시스템의 연계를 확대하는 등 공사 대금의 체불 방지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이번 대책에는 건설근로자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한 화장실, 휴게실 등 편의시설 확충 방안 등도 담겼다. 이 내용은 '건설근로자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반영했으며, 내달 13일 입법예고를 거쳐 법제화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외에도 추가로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각 소관 부처에서 상반기 내 발의할 예정이다. 또한, 대책 발표 이후에도 건설현장 동향을 상시 면밀하게 지켜보면서 대책이 작동하지 않거나, 또는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한 부분을 발견할 경우 즉시 보완하는 등 강도 높은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현 정부 3대 개혁 과제 중의 하나인 노동개혁의 실현을 위해 건설현장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며 "이번 대책을 통해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끝까지 범정부가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한국건설경제뉴스 / 이보미 기자 news@k-buil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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