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 35% 무등록 중개거래...불법거래 양성화 '발등의 불'

시장동향 / 박인선 기자 / 2023-01-19 13:45:58
급증하는 부동산 무등록 거래, 전세사기 등 소비자 피해 뇌관으로 이어져
단속 행정 일손 부족, 협회는 관리감독 권한 없어...한공협, 법정단체 시급

▲서울시내 전경<사진제공=서울시>

 

부동산 거래 10건 중 4건을 차지하는 불법 ·무등록 중개거래의 시급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소위 ‘빌라왕’ · ‘건축왕’ 등 최근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전세사기’ 문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혀서다. 단속에 나설 행정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데다, 개업 공인중개사 대부분이 속해 있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한공협)가 법정단체로 지정되지 않아 관리감독 권한이 없다는 점 등이 주요 문제로 거론된다.

 

한공협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전체 부동산 거래에서 ‘등록 공인중개사’가 거래하는 거래의 비중은 60% 내외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외 5~6%는 직거래이며, 35%가량은 자격증이 없는 ‘무등록 공인중개사’, 속칭 기획부동산, 부동산 컨설팅업자 등의 중개 거래다.

 

그간 불법 · 무등록 부동산 거래는 부동산 시장의 건전성을 저해하고 교란하는 근원지로 지목돼 왔다. 최근 급증하는 ‘전세사기’는 물론 신고가 조작이나 다운계약, 불법 전매등 부동산 시장 병폐로 거론되는 문제 대다수가 불법 · 무등록 거래를 통해 발생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이러한 불법 · 무등록 중개거래에 대한 단속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는 점이다. 현재 불법 · 무등록 중개거래에 대한 지도 · 단속 권한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가지고 있으나 지역별 담당 공무원 수가 대체로 2~3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일례로 전국에서 인구 규모가 가장 작은 ‘시’인 강원 태백시(3만 9428명)에서 지난해 이뤄진 토지 및 건축물 거래 건수만 해도 2,462건에 달해, 실효성 있는 관리감독이 요원한 상황이다.

 

최근 언론을 연일 장식하고 있는 소위 ‘빌라왕’ · ‘건축왕’ · ‘빌라의 신’ 등 일당이 벌인 전세사기 사건에 연루된 주택만 6300건에 넘어서는 등 관련 문제가 크게 대두되는 주요한 이유다. 국토부와 경찰이 지난해 7월부터 올 1월 1일까지 단속한 전세사기 관련 검거인원이 844명, 구속인원만 83명에 달한다. 특히 아직 드러나지 않은 전세사기는 피해규모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 · 무등록 중개거래 관련 단속은 합동조사 등과 같이 일제단속이 이뤄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상시에는 실적이 전무한 수준”이라며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일대에서 활동하는 불법 · 무등록 중개거래 업소 등을가장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만큼, 이들을 통해 관리 · 감독 사각지대를 줄여 국민 재산권을 지키고 시장 교란을 막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이와 관련 한공협을 법정단체화 해 지도 · 관리 권한을 주는 방안을 내 놨다. 국회에 따르면,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0월 국토교통위원회에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전체 개업 공인중개사의 97%인 11만 3천여 명이 속해 있는 한공협을 법정단체화 하고,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 등 단속 업무 일부를 협회에 위탁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더불어 공인중개사가 협회에 의무적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협회가 회원을 지도 관리하고 행정처분도 요청할 수 있게 해 자정능력 또한 강화하도록 했다.

 

한공협 이종혁 회장은 “일선 공인중개사들은 이상거래 현상을 누구보다 빨리 감지하는 만큼, 한공협이 법정단체가 되어 정부와 함께 시장 관리 · 감독에 나서게 되면 사각지대 없는 전방위적인실시간 중개시장 모니터링이 가능해진다”며 “전세사기 뿐 아니라 국민 재산권을 저해하는 각종 부동산 불법거래를 양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공협은 이와 관련 지난 11일 전국 11만 회원(개업공인중개사)을 대표해 약 200여명의 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세사기 예방, 국민 재산권 보호 우리가 앞장서서 실천하겠습니다”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전문자격사 단체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임을 천명하는 결의대회를 진행한 바 있다.

 

협회는 결의대회에서 △공인중개사 윤리규정 제정 및 교육 △협회 시세모니터 강화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계약서 특약 적용 △위험 매물 리스트 작성 관리 △전세사기 의심 사례 적극 제보 △임대인 신용정보 시스템 협회 부동산거래정보망 적용 △고의 사기 · 횡령 공제사고자 공제가입 제한 △사고 위험지역 중심 전세피해 예방교육 강화 등의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협회가 결의대회를 통해 내놓은 전세사기 예방 및 근절을 위한 자체적인 노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실효적으로 부동산 시장 양성화하기 위해서는 한공협 법정단체화 이외에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며 “부동산은 우리가계자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차대한 영역인 만큼 정치권이 하루 빨리 국민 재산권 보호 및 부동산 시장을 양성화하는한공협 법정단체화를 이뤄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건설경제뉴스 / 박인선 기자 news@k-buildnews.com

[ⓒ 한국건설경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박인선 기자 박인선 기자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