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엔터테인먼트 "사실 아니야"
반복된 거짓말에 조합원 신뢰 ‘밑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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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 홍보영상 캡처본 / 출처 : 유튜브 |
[한국건설경제뉴스=박동혁 기자] 서울 한강변 노른자위로 꼽히는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 사업을 두고 수주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의 거짓말이 잇따라 밝혀지며 조합원들의 실망감이 치솟고 있다.
HDC현산이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입찰에 제출한 제안서, 조달 금융, 조감도, 도면, 홍보영상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허위·거짓이 드러나며 조합원 기망 논란이 거세다.
가뜩이나 '광주 화정 아이파크 사태' 등 2건의 붕괴·사망사고로 ‘영업정지’를 우려하는 조합원들에게 HDC현산의 거짓말과 눈속임은 일찌감치 조합원들에게 HDC현산을 ‘버린 카드’로 생각케 하고 있다고 조합원들은 입을 모은다.
◆누가 들어도 이병헌이 아닌데…HDC현산 팀장 "이병헌이 설명했다" 조합원들 속여
4일 본지가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HDC현산은 지난 달 중순경 개최된 전면1구역 한 설명회 자리에서 자사의 홍보영상에 배우 이병헌의 내레이션이 삽입됐다고 말했다.
제보 자료에서 자신을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의 건축·상품설계를 총괄하고 있다고 소개한 HDC현산 건축설계팀의 박모 팀장은 "동영상에서 이병헌 씨가 좋은 목소리로 벌써 설명을 했다"며 "제가 부담이 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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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이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에서 자사의 동영상 나래이션을 영화배우 ‘이병헌’이 참여했다고 거짓말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 독자 제공 |
하지만 현장에 있던 조합원들 사이에서 배우의 목소리가 거짓인 것 같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에 확인한 결과 HDC현산이 사용한 홍보영상에 삽입된 내레이션은 이병헌 배우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본지가 취재 결과 BH엔터테인먼트는 "해당 음성은 이병헌 배우가 아닌 다른 음성으로 확인된다"며 “HDC현산에 사실관계에 대한 해명을 요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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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이 제작한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홍보영상의 나래이션이 영화배우 ‘이병헌’씨인지 묻는 질문에 BH엔터테인먼트는 ‘이병헌’씨가 아니라고 답했다 / 독자 제공 |
거짓 홍보에 대한 의구심이 사실로 드러나자 조합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익명의 한 조합원은 "이쯤 되면 단순한 실수가 아닌 조합원 판단을 오도한 명백한 허위 홍보로, 조합원을 기망한 것"이라며 "눈 하나 깜짝 안하고 거짓말을 하는데, 시공 과정을 전부 지켜볼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부실을 저지를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들 역시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건설업자는 사실과 다르게 정보를 제공하거나 사실을 부풀려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입찰자의 정직성과 신뢰성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 재개발 조합 입장에서는 이런 행위가 결코 가볍게 여겨질 수 없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재개발 사업은 수천억원, 조단위의 돈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입찰과정에서 공공성과 절차의 투명성이 요구되는 영역"이라며 "그런 중요한 자리에서 유명 배우의 이름을 도용하거나 거짓 설명을 덧붙였다면, 이는 입찰 지침을 정면으로 위반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짜깁기·급조된 입찰제안서에 허위 도면까지..."입찰 자격 박탈 악몽 되살아나"
HDC현산은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에 출사표를 던진 순간부터 거짓으로 점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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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조합이 지난 달 20일 조합원들에게 발송한 SNS 문자. 현산의 입찰제안서 작성 기준 위반으로 입찰제안서 발송이 지연되었다는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 조합원 제공 |
우선 최초 입찰 시 조합에 제출한 제안서와 용산구청에 제출한 제안서, 조합원에게 발송한 제안서가 각각 달라 혼란을 야기해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조합으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구청에서 승인한 입찰안내서에 따라 조합원에 배포되는 입찰제안서가 입찰 시 제출한 입찰제안서와 동일해야 하지만, HDC현산은 이를 수차례 변경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준비 부족이 여실히 드러난 HDC현산이 남영2구역 악몽에 시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HDC현산은 앞서 남영2구역 수주전에서 건축물 최고 높이와 용적률 임의 조정, 자연지반 녹지율 준수 지침 위반, 개별 불법 홍보 및 향응 제공 등의 이유로 경고가 누적되면서 조합으로부터 재입찰 제한 통보와 함께 보증금 100억원까지 몰수 당한 바 있다.
HDC현산은 이번 입찰제안서 무단 변경 외에도 금리 조건 미제시로 인한 입찰지침 위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입찰안내서에는 '모든 이자는 기준금리(CD, COFIX, 한은 등) + 가산금리 형태로 제시'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HDC현산은 추가 이주비와 사업촉진비 금리는 아예 제시하지 않고 '금융기관 경쟁입찰을 통한 최저금리 적용'이라는 불확실하고 모호한 표현으로 애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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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이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조합에 제출한 입찰도서 中 단위세대 주단면도. 창호높이가 2.5m라고 조합원들에게 알리고 있지만 제출한 도면을 보면 2.2m로 기재돼 조합원들의 공분이 일고 있다 / 조합원 제공 |
여기에 개방감 결정 짓는 창호 설계 역시 거짓 홍보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조합에는 2.5M 높이의 창호를 제안했지만 막상 도면에는 2.2M로 기재되면서 허위 논란이 불거졌다. 또 HDC현산은 전 세대 2면 조망을 약속했지만, 실제 개방된 면은 한 곳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은 영업정지 논란, 설계 오표기 논란에 이어 이젠 허위 내레이션까지 겹쳤다"며 "입찰 참여 자격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수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HDC현산은 2022년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 현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서울시로부터 1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영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지만 1심에 불과해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 조합은 이달 22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개최한다. 지하 6층~지상 38층 규모 초고층 빌딩 12개 동과 아파트 777가구, 오피스텔 894실, 상업시설 등을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총 사업비만 1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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